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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달러.
2002년, 페이팔이 이베이에 팔린 값입니다. 당시 기준으로는 큰돈이었습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이 숫자는 초라해 보입니다. 페이팔을 만든 사람들이 회사를 떠난 뒤 세운 기업이 테슬라, 스페이스X, 링크드인, 유튜브, 팰런티어이기 때문입니다. 다섯 개만 더해도 15억 달러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회사는 팔렸습니다. 끝난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들을 "페이팔 마피아"라고 부릅니다. 한 회사에서 잠깐 함께 일한 몇 명이 흩어진 뒤에도 서로를 끌어주며 산업의 판을 통째로 바꿔 놓을 때, 사람들이 붙이는 이름입니다. 거친 단어 같지만 그쪽에서는 거의 칭찬으로 씁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네트워크가 끝까지 갔을 때 무엇이 되는지, 제가 아는 가장 강력한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질문은 하나입니다. 회사는 분명 팔렸는데, 페이팔 사람들은 왜 끝나지 않았을까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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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팔렸습니다. 끝난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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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쫓겨난 회사가, 가장 단단한 팀이 됐다
페이팔의 시작은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1999년, 피터 틸과 맥스 레브친이 콘피니티라는 회사를 만듭니다. 비슷한 시기에 일론 머스크는 X.com이라는 금융 회사를 세웁니다. 두 회사는 같은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싸우다가 2000년 3월에 합병합니다. 싸우느니 합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평화가 오지는 않았습니다. 회사를 어디로 끌고 갈지, 어떤 기술을 쓸지를 두고 갈등이 계속됐습니다. 결국 2000년 10월, 이사회는 CEO였던 머스크를 자리에서 내리고 피터 틸을 새 CEO로 앉힙니다. 머스크 본인은 훗날 이 일을 "궁중 쿠데타"라고 불렀습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표결이 이뤄졌다고 전해집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입니다. 창업자가 쫓겨난 회사, 노선을 두고 다툰 사람들. 보통 이런 팀은 흩어지고 나면 서로를 다시 보지 않습니다. 앙금이 남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런 모임을 여러 번 봤습니다. 좋게 시작했다가 한 번 크게 부딪치고 나면, 단톡방만 남고 사람은 남지 않는 모임 말입니다.
그런데 페이팔은 반대로 갔습니다.
CEO 자리에서 내려온 머스크는 페이팔 최대주주로 그대로 남습니다. 회사가 팔릴 때까지 함께 갑니다. 매각 시점 그의 지분은 11.72%였습니다. 다툼은 다툼대로 있었지만, 그 안에서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본 경험은 따로 남았습니다. 같은 불 속을 통과한 사람들에게는 의견 차이보다 깊은 무언가가 생깁니다.
그 무렵 페이팔이라는 회사 자체가 위태로웠습니다. 결제 사기가 끊이지 않았고, 적자가 쌓였습니다. 맥스 레브친은 사기를 잡아내는 시스템을 밤새 만들었고, 데이비드 색스 같은 사람들은 제품을 끌어올리느라 매달렸습니다. 무너질 뻔한 회사를 함께 떠받치는 동안, 그들은 옆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늘 멈추게 됩니다.
평온한 회사에서 1년을 함께 보낸 것과, 무너질 뻔한 회사를 1년 동안 함께 떠받친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입니다. 후자는 명함 한 장으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누가 급할 때 도망가지 않는 사람인지, 누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인지. 이런 것은 위기 속에서만 보입니다. 페이팔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그 정보를 갖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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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불 속을 통과한 사람들에게는 의견 차이보다 깊은 무언가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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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팔린 날, 그들은 남남이 되지 않았다
2002년, 매각 대금이 통장에 들어옵니다. 각자 충분한 돈을 손에 쥐었습니다. 머스크는 페이팔 지분만으로 1억 7,580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이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쉬지 않았습니다.
거의 동시에 각자의 다음 판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머스크는 매각한 그해에 스페이스X를 세우고, 곧 테슬라 최대주주로 들어가 회사를 이끕니다. 피터 틸은 클라리움 캐피털을 만들고, 2003년에 데이터 분석 회사 팰런티어를 세웁니다. 페이팔에서 사업개발을 맡았던 리드 호프먼은 2002년 말 링크드인을 공동 창업해 이듬해 세상에 내놓습니다. 맥스 레브친은 슬라이드라는 회사를 차렸고, 데이비드 색스는 훗날 야머를 만들어 마이크로소프트에 12억 달러로 매각합니다.
유튜브도 여기서 나옵니다. 채드 헐리, 스티브 첸, 자웨드 카림. 페이팔에서 함께 일했던 세 사람이 2005년에 유튜브를 만듭니다. 셋 다 페이팔 초기 직원이었고, 이베이의 페이팔 인수 덕분에 다음 도전에 필요한 자본을 마련한 상태였습니다. 첫 영상은 2005년 4월, 카림이 동물원에서 찍은 19초짜리 클립이었습니다. 지금 보면 사소하지만, 그 작은 시작이 어디까지 갔는지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입니다.
한 회사 출신 몇 명이 흩어진 지 몇 년 안에 결제와 우주와 전기차와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동영상 플랫폼을 동시에 다시 그렸습니다. 한 시대 인터넷 지도의 절반이 페이팔이라는 한 사무실에서 출발한 셈입니다.
이 목록을 처음 한 줄로 늘어놓고 봤을 때, 저는 잠시 멍했습니다. 회사 하나가 사라진 자리에서 이렇게 많은 것이 동시에 솟아났습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한쪽으로 쏠려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집니다. "천재들이 우연히 한 회사에 모여 있었구나."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봤습니다. 그런데 들여다볼수록 다르게 보였습니다. 진짜 이야기는 그 다음에 있었습니다.
흩어진 뒤, 연결은 더 촘촘해졌다
이 사람들이 각자 회사를 차린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서로를 놓지는 않았습니다. 흩어진 거리만큼, 서로에게 가는 돈과 사람의 흐름은 오히려 더 촘촘해졌습니다.
페이팔 CFO였던 로엘로프 보타는 매각 뒤 벤처캐피털 세쿼이아 캐피털로 자리를 옮깁니다. 그리고 같은 페이팔 출신인 헐리·첸·카림이 만든 유튜브에 첫 벤처 자금을 넣습니다. 페이팔 사람이 페이팔 사람의 회사에 투자한 것입니다.
피터 틸은 슬라이드, 옐프, 링크드인에 투자합니다. 그리고 2004년, 마크 저커버그라는 청년이 만든 작은 회사에 50만 달러를 넣습니다. 페이스북의 첫 외부 투자였습니다. 그 대가로 지분 10.2%를 받았고, 당시 페이스북의 가치는 490만 달러로 매겨졌습니다.
이 투자가 성사된 데에도 페이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커버그와 틸의 첫 만남을 주선한 사람이 바로 리드 호프먼입니다. 호프먼은 그때 자기 회사 링크드인을 키우기에도 바빴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을 연결하는 데 자기 시간을 썼습니다.
맥스 레브친은 옐프 초기에 100만 달러를 투자하고 회장을 맡습니다. 옐프를 만든 제러미 스토플먼과 러셀 시먼스 역시 페이팔 출신입니다. 머스크는 색스의 회사 제니, 보타가 운영하는 세쿼이아 펀드, 틸의 클라리움에 투자합니다. 한 사람이 다음 사람의 회사에 들어가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의 회사에 들어갑니다. 투자와 사람의 흐름이 그물처럼 얽혔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특히 좋아합니다. 자꾸 눈이 가는 것은 이 그물의 방향입니다.
이 사람들은 상대가 무언가를 시작하려 할 때, 자기 돈과 시간과 사람을 먼저 내놓았습니다. 호프먼이 저커버그라는 학생과 틸을 연결할 때, 그것이 호프먼에게 당장 무엇을 가져다줄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호프먼 본인도 몰랐을 것입니다.
누가 새 회사를 시작하면 페이팔 출신이 첫 투자자로 들어갔고, 누가 사람이 필요하면 페이팔 출신을 초기 멤버로 데려갔습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한 번 함께 일하며 서로 일하는 방식을 본 사람들은, 다음 판에서 누구를 믿어야 할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이 연결이 가장 극적으로 빛난 때가 2008년입니다. 그해에 머스크의 두 회사,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동시에 자금난에 빠집니다. 스페이스X는 로켓 발사를 두 번 연달아 실패했고, 머스크는 페이팔을 팔아 마련한 돈을 두 회사에 거의 다 부어 넣은 상태였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그는 파산 직전까지 갔다고 합니다.
머스크가 그 시기를 버틴 데에는 곁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페이팔 시절 동료였던 루크 노섹은 스페이스X의 최초 기관 투자자이자 이사로서 회사를 함께 떠받쳤습니다. 결국 스페이스X는 그해 말 로켓 발사에 성공하며 회생의 발판을 마련합니다. 가장 위태로웠던 순간에 곁을 지킨 사람들이, 따지고 보면 같은 사무실에서 사기 거래를 잡아내며 밤새우던 그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한 번 멈추게 됩니다. 머스크에게 그때 필요했던 것은 새로 사귄 사람 100명이 아니었습니다. 8년 전 같은 회사에서 고생을 함께한 사람 한 명이었습니다. 위기에 곁을 지키는 사람은, 명함을 가장 최근에 교환한 사람과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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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곁을 지키는 사람은, 명함을 가장 최근에 교환한 사람과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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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론 머스크 테슬라 · 스페이스X |
 피터 틸 팰런티어 · 파운더스 펀드 |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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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드 헐리 유튜브 |
 맥스 레브친 어펌 |
 로엘로프 보타 세쿼이아 캐피털 |
사진: Wikimedia Commons (Debbie Rowe · Gage Skidmore · U.S. Secretary of Defense · The Bui Brothers · TechCrunch / CC BY·CC BY-SA·Public Domain)
'마피아'라는 별명은, 사실 최고의 칭찬이다
2007년, 경제지 포춘이 이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페이팔 출신 13명을 샌프란시스코의 한 바에 불러 단체 사진을 찍습니다. 당시 인기였던 드라마 소프라노스에 빗대어, 멤버들은 트랙수트에 금목걸이를 두른 차림으로 포즈를 잡았습니다. 머스크는 다른 일정으로 그 자리에는 빠졌습니다.
그 기사에서 포춘이 이들에게 이름을 붙입니다. "페이팔 마피아."
마피아는 거친 단어입니다. 그런데 뜻을 뜯어보면 칭찬에 가깝습니다. 가족처럼, 끝까지, 서로를 챙긴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한 명이 곤란하면 나머지가 움직이고, 한 명이 판을 벌이면 나머지가 그 판에 올라탑니다. 포춘은 그 기사에서 이들이 흩어져 만든 회사들의 가치를 약 300억 달러로 잡았습니다. 2007년 시점의 숫자입니다.
그 뒤로도 시간은 흘렀고, 숫자는 비교가 무의미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테슬라 하나의 가치만 떠올려 봐도 그렇습니다.
멤버 한 명 한 명의 다음 행보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데이비드 색스는 페이팔 다음에 만든 야머를 2012년 마이크로소프트에 12억 달러로 매각합니다. 페이팔이 통째로 팔린 값에 가까운 돈을, 그가 그 다음에 만든 회사 하나가 다시 만들어 낸 것입니다. 맥스 레브친은 슬라이드를 구글에 매각한 뒤 어펌이라는 결제 회사를 세웠고, 로엘로프 보타는 세쿼이아 캐피털의 핵심 인물로 자리 잡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회사의 초기 투자를 이끌었습니다.
한 사람의 성취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다음 사람의 출발선이 되는 구조. 페이팔 마피아가 20년 동안 보여준 것이 결국 이것입니다.
저는 그 단체 사진을 다시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트랙수트를 입고 장난스럽게 포즈를 잡은 13명. 그 사진이 찍힌 순간, 그들 대부분은 이미 각자 다른 회사의 대표이거나 투자자였습니다. 경쟁자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사이였습니다. 그런데도 한자리에 모여 같은 농담을 나눌 수 있었던 이유는, 회사라는 울타리가 사라진 뒤에도 관계라는 울타리가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회사 페이팔은 15억 달러에 팔렸습니다. 그러나 그 회사 안에서 사람들 사이에 쌓였던 것은 매각 목록에 없었습니다. 팔리지 않았고, 흩어지지도 않았습니다. 회사가 사라진 뒤에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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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회사 안에서 사람들 사이에 쌓였던 것은 매각 목록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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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걸 '인맥'이라 부른다. 그런데 좁은 이름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보통 이렇게 정리하게 됩니다. "역시 인맥이 중요하구나."
그런데 저는 그 말이 늘 걸립니다. 인맥이라는 단어로는 이 현상을 다 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인맥은 보통 이런 것입니다. 명함을 교환하고, 가끔 좋아요를 누르고, 내가 아쉬울 때 연락하는 것. 방향이 늘 나에게로 향해 있습니다. 인맥이 넓은 사람은 '필요할 때 꺼내 쓸 사람이 많은 사람'을 뜻합니다.
페이팔 사람들의 방향은 반대였습니다. 그들은 상대가 잘되도록 자기가 먼저 움직였습니다. 보타가 유튜브에 투자한 것도, 호프먼이 저커버그와 틸을 연결한 것도, 당장 자신에게 돌아올 것을 계산한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저 사람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먼저 움직였고, 보상은 한참 뒤에 예상하지 못한 모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이것을 인맥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관계자본이라고 부릅니다.
인맥과 관계자본의 차이는 하나, 방향입니다. 인맥은 나에게로 당기는 것이고, 관계자본은 상대에게로 먼저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먼저 간 사람에게 결국 더 크게 돌아옵니다. 페이팔 사람들이 20년에 걸쳐 보여준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상대가 잘되도록 먼저 움직이면, 그 사람의 성공 안에 내 자리가 한 칸 생기기 때문입니다. 보타가 유튜브에 투자했을 때, 유튜브가 크는 것은 곧 보타의 성과가 되었습니다. 틸이 페이스북에 50만 달러를 넣었을 때, 페이스북이 커진다는 것은 틸의 지분이 커진다는 뜻이었습니다. 먼저 준 사람은 상대의 미래에 지분을 갖게 됩니다. 그것이 관계자본입니다. 인맥은 내 명함첩에 쌓이고, 관계자본은 상대의 성장에 쌓입니다.
이 차이를 알고 나면 페이팔 마피아 이야기가 다르게 읽힙니다. 그들은 서로의 다음 회사에 올라탈 때 손익을 계산기로 두드리지 않았습니다. 저 사람이 시작한다니까 올라탔습니다. 그 가벼운 결정들이 20년쯤 쌓이자, 결과적으로 실리콘밸리 지도가 되었습니다. 거창한 전략은 없었습니다. 매번의 작은 '그래, 같이 가자'가 모였을 뿐입니다.
남들은 페이팔 마피아를 보고 "천재들이 우연히 모였구나"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것을 관계자본으로 봅니다. 천재성만으로는 그들이 흩어진 뒤에 일어난 일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흩어진 뒤에도 서로의 다음 판에 먼저 올라타 준 그 행동이, 20년 뒤의 그림을 설명해 줍니다.
한 가지를 더 짚고 싶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특히 좋아합니다.
페이팔 사람들의 관계는 위태로운 시절에 만들어졌습니다. 사기와 적자에 시달리던 회사에서, 서로의 부족함을 다 보면서 쌓였습니다. 그래서 더 단단했습니다. 좋은 모습만 보고 쌓은 관계는 얕고, 힘든 모습까지 함께 본 관계는 깊습니다. 관계자본은 결국, 서로의 어떤 모습까지 보았느냐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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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은 내 명함첩에 쌓이고, 관계자본은 상대의 성장에 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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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혼자 일하는 당신에게
이 레터를 읽는 분 중에는 혼자 일하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1인 사업가, 크리에이터, 프리랜서. 이미 자기 분야에서 자기 일을 단단하게 해 나가는 분들입니다.
페이팔 마피아 이야기에서 제가 꺼내고 싶은 말은 "천재가 되라"가 아닙니다. 천재성은 따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페이팔 사람들도 처음부터 전설은 아니었습니다. CEO가 쫓겨나고, 노선을 두고 다투고, 회사를 적당한 값에 팔아넘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남달랐던 점은 하나입니다. 함께 일한 사람들을 회사가 끝난 뒤에도 자산으로 대했다는 것.
이것은 따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 곁에서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사람을 떠올려 보십시오. 같은 모임의 누군가, 함께 일해 본 동료, 커피챗을 한 번 했던 그 사람. 그 사람이 20년 뒤 당신을 끌어올려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그 사람을 끌어올려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페이팔은 실리콘밸리의 이야기다. 거기는 천재들이 모이는 곳이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처음 모였을 때, 페이팔은 천재들의 사교 클럽 같은 곳이 아니었습니다. 사기와 적자에 시달리는 작은 결제 스타트업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함께 야근하고, 함께 문제를 풀고, 옆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간 것이 전부입니다. 규모만 다를 뿐, 지금 당신이 속한 모임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제가 겟백이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자주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한 달을 함께 보낸 분들이 과정이 끝난 뒤에 서로 커피챗을 잡고, 서로의 일을 끌어주고, 서로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합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한 달 동안 서로가 어떻게 일하는 사람인지를 보았기 때문에,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합니다. 페이팔 사람들이 흩어진 뒤에 한 일을, 작은 규모로 매번 곁에서 보는 셈입니다.
그러니 한 가지만 다르게 해 보십시오. 곁의 사람을 '내가 먼저 잘되도록 도울 대상'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 작은 방향 전환이 10년, 20년 쌓이면 페이팔 마피아가 보여준 그림에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그 방향 전환은 혼자서도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습니다. 떠오르는 한 사람에게 먼저 연락해, 그 사람이 지금 무엇을 하려는지 물어보는 것. 거기서부터입니다.
페이팔이라는 회사는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페이팔이라는 사람들은 아직도 서로의 회사 안에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지금 당신 곁의 그 사람들. 당신은 그들이 잘되도록 먼저 움직인 적이 있습니까? 아니면 아쉬울 때 꺼내 쓸 명함으로만 두고 있습니까?
20년 뒤의 당신을 만드는 것은, 오늘 당신이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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